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버킷리스트

[버킷리스트] 스키 배우기

by 노라씨 2019. 2. 20.

스키를 타보고 싶었다.

어릴 때는 스키장이 멀어서 못 갔고

다 크고 나서는 같이 갈 사람을 구하지 못하거나 타이밍이 안 맞아서 스키장에 못 갔다.

그렇게 시작조차 못하다 보니 스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.

'내가 정말 스키를 탈 수 있을까? 배워봤자 스키 운동신경이 발달되지 않아서 괜히 넘어지기만 하는 거 아냐?'

 

미뤄지고 미뤄지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드디어 스키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.

처음에는 스키부츠를 신고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. 엉거주춤거리다 경사진 스키장을 내려다보면 타고 싶다는 마음이, 용기가 쏙 들어가 버렸다.

이대로 돈만 내고 스키도 못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.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돈을 더 내고 그룹 강습을 신청하게 됐다.

 

예상은 했었지만 참가한 사람 중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. 그것도 아주 많이. 다들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신사숙녀들이었다.

아무래도 그들보다는 잘 타야겠다는 나의 의지와, 어린 친구들 맞춤 친절하고 자세한 교육으로 생각보다 많은 걸 배웠다. 사실 초보자에게는 정말 간단한 기본 동작 두세 가지를 강조하는데, 그 기초교육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30분 남짓 되는 강습이 끝난 후에는 혼자서 넘어지지 않고 몇 차례 스키를 타고 왕초보용 슬로프를 내려갈 수 있었다.

 

그렇게 첫 스키를 마친 느낌은 일박이일로 와서 한번 더 타면 확 늘 텐데 하는 아쉬움과 드디어 스키를 시작했다는 기쁨. 물론, 그다음 날 아침에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이 욱신거렸다.

©photo by 노라씨

몇 번이고 넘어지고 굴렀던 코스



그다음 해 겨울, 자신감을 가지고 스키를 타다가 스무 번 이상 데굴데굴 구르고 꼬리뼈까지 다쳐서 한동안 의자에 못 앉아있었지만, 한 달 뒤 다시 찾은 스키장에서는 왕초보는 벗어나 중보 정도는 되는 스키어가 되었다.

 

스키 때문에 겨울이 막 기다려지지는 않지만,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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