버킷리스트

[버킷리스트] 서핑 배우기

노라씨 2019. 11. 22. 08:08

서핑이라는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.

서핑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만 생각했다. 주변에 서핑하는 사람도 없었고, 매스컴에서 주로 다루는 활동도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계기가 없었다.

나에게 서핑이란 엘에이 근교 말리부나 산타모니카에 사는 부촌 아이들이 구릿빛으로 선탠 된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면서 파도를 타고 노는 이미지였다.

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온 후로 서핑이라는 것이 나에게로 성큼 다가왔다. 더 이상 먼 것이 아니었다.

집에서 걸어서 30분 남짓되는 바다에 종종 산책을 하러 가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. 아무리 캘리포니아지만 겨울 바닷물은 찬데 뭐가 좋다고 서핑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면서도 궁금했다. 꼬마 아이부터 한창 일하는 20-30대, 그리고 얼핏 봐도 연세가 꽤 드신 분들까지. 다들 보드 하나씩 들고 차가운 바닷물을 헤치며 가는데 그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.

노을지는 바다에서 서핑 즐기는 사람들 ©photo by 노라씨

 

그러다 이웃이자 직장동료인 새라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.

새라 집에는 서핑 관련 물품이 가득했다. 서핑 보드 큰 거 하나 작은 거 하나. 서퍼복 까지.

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.

 

'너는 서핑이 재밌어?'

'그럼, 재밌지. 나는 서핑 자주 하러 가. 일주일에 한 번 정도? 남자 친구도 서핑 좋아해서 같이 가곤 해.'

'그렇구나. 이 보드는 뭐야? 어디서 사는 거야?'

'서핑 보드인데 코스트코 가면 팔아.'

'나도 배우고 싶다. 여기 서핑 배우는 데가 있어?'

'나는 서핑하는 친구들 따라다니면서 배웠어. 그런데 이 앞바다는 초보자들이 서핑하기에는 좀 어려울 거야.'

'그럼 어디가 좋아?'

'남부 캘리포니아나 하와이?'

'오 나 이번에 하와이 가는 데 가서 배워와야겠다!'

'그래 거기는 강습해주는 곳도 많을 거야.'

 

집으로 와서 검색을 해보니 하와이에는 정말 서핑 강습하는 곳이 많았다. 문제는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쌌다. 일단 가서 발품을 팔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.

 

몇 달 후, 하와이로 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서핑해주는 곳을 둘러보며 가격을 물어보는 것이었다. 가장 저렴한 곳으로 골라 강습을 받았다.

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. 한 시간 강습을 받았는데 강사님 덕분인지 파도를 10번 남짓 탈 수 있었다. 바다 위 보드 위에 서서 균형을 잡는 것이라 그런지 한 시간만에 아침 먹은 것이 다 소화되고 기운이 다 빠졌다. 원래 한 시간 강습에 한 시간 추가로 보드를 빌려주는 것으로 협상을 했는데, 한 시간 더 탈 기운이 없었다. 그냥 보드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스테이크를 엄청 먹었다.

 

다음날 오후, 다시 그 서핑 강습장에 가서 서핑 보드를 빌려 한 시간을 탔다. 언제 파도를 캐치해야 할지 잘 몰라서 계속해서 허탕을 쳤다. 결국 한 시간에 한 번밖에 파도를 타지 못했다.

 

그 다음 날. 노스비치가 서핑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갔더니 정말 파도가 서핑하기 좋은 파도였다. 서핑한 지 이틀도 안된 왕초보지만 파도를 타고 주욱 미끄러지는 서퍼들의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. '이런 곳에서 서핑을 해야 하는데!' 하고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.

하와이 노스비치의 멋진 파도와 서핑하는 사람들 ©photo by 노라씨

와이키키로 돌아와 보니 노스비치만큼은 아니지만 파도가 그 전날보다 좋아 보여서 다시 서핑 보드를 빌려서 바다로 나갔다. 정말 그 날 파도가 더 좋았던 것인지 네 번 정도 파도를 탔다.

서퍼들과 물놀이 하는 사람들로 완성되는 와이키키의 해질녘 ©photo by 노라씨

짧은 서핑 체험이었지만 다음에는 노스비치에서만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서핑을 즐기고 싶을 정도로 서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.

바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.